조선시대 사람의 건강과 질병에 대한 연구

인류사에 큰 변화가 있을 때 마다 사람의 건강과 질병상태는 이에 수반하여 변화가 야기 되었는데 대표적인 사건은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의 사회가 이행함에 따라 해당 구성원이 겪은 신체적 변화이다. 일반적으로 농경사회가 되면 보다 발전한 상태로서 소속원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만 미치게 될 것 같지만 실제로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규명한 내용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농경민은 수렵채집인에 비해 왜소해지고 스트레스 지표가 상승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몸에 나타나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사회의 경제적 기반이 완전히 다른 단계로 들어가면 인류의 건강과 질병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오랫동안 전통 농경사회가 이어지면서 미미한 변화를 제외하면 장기간 사람들의 체형과 건강 등은 거의 변함 없이 유지되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후 농경사회의 성립 못지 않게 인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계기가 또 한차례 도래하였으니 그것이 바로 산업화이다. 해당 사회에 근대화라는 계기가 주어지면 탈농촌 도시화, 공장제 노동의 급증, 환경오염, 영양섭취의 개선, 근대의학의 발전 등 다양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수반되어 구성원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평균수명의 상승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상태는 이전보다 나아진다고 보는 것이 당연히 일반적 해석이지만 호발하는 질병의 패턴이 변화하는 등 사회 구성원이 겪는 미세적 변화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산업화가 인류사회에 미친 영향은 이처럼 다양한 것으로 이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학술적으로 볼때도 큰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세기 후반 들어 급격한 산업화로 사회 전반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20세기 이전까지 전통 농업사회의 모습을 갖추고 있던 나라가 급격히 근대화 되어 사회 구석구석까지 산업화의 영향이 두루 미치는 상황이 되었는데 이때 보여준 변화는 전세계적으로 볼때 유례가 없는 것이다. 근대화의 결과는 단순히 우리나라 산업체계의 변화만 야기한 것은 아니며 사회 구성원의 건강과 질병상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후반들어 우리 사회에서 확인 된 각종 질병 이환율의 변화, 사람들 체격 조건의 개선, 평균 수명의 연장 등은 이러한 변화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의 건강질병사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사회의 근대화가 구미 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연되다 보니 기존의 선진국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겪던 여러 건강상의 변화가 우리 구성원에게 일어난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다는 점이다. 일례를 들어 충치 등 질병은 전세계가 사탕수수를 정제하여 만든 정백당 무역에 의해 설탕 소비량이 올라가면서 급증한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충치이환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훨씬 후대까지도 매우 낮은 점이 확인되고 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서구 제국과의 이러어한 차이는 세계무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개항이 늦어 설탕소비량이 20세기 중반까지도 많지 않았던 점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충치 뿐 아니라 근대화와 함께 수반되는 다양한 건강과 질병 상의 여러 변화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 제국들 보다 늦게 찾아왔으리라고 생각되므로 개항 이전의 조선시대 사람과 산업화 이후의 20세기 후반 한국인은 여러 건강 지표상 큰 차이가 존재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사회구조의 변화가 사람들의 건강과 질병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개항 이전과 이후 사람들 사이에 보인 건강지표상의 차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남아 있는 문헌으로 객관적인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부각되는 것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사망하여 매장된 당시 사람들의 유해이다. 우리나라는 토양의 산성도가 높아 매장된 옛 사람의 시신이 거의 잘 보존되지 못하는데 조선시대 상류층의 무덤인 회곽묘는 이 점에서 예외라 할 수 있다. 회곽묘는 관 주변에 회를 단단히 굳혀 외부로부터의 관을 훼손하려는 침입을 막고 내부의 시신을 안전하게 지키자는 의도에서 조선시대 중 후기에 많이 조성되었지만 당시 사람들 예상과 달리 매장된 시신이 잘 썩지않고 온전하게 보존된 형태로 발견되어 체질인류학자의 좋은 연구대상 되고 있다. 이 시대 회곽묘에 남아 있는 사람 시료는 본 연구진에 의해 수습되어 컬렉션화 하였는데 현재까지 확보된 케이스 수는 총 200여 개체를 훨씬 넘는다. 문제는 이 조선시대 사람 시료에서 어느정도로 유용한 의과학적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되겠는데 지금까지 수년간 진행한 본 연구진의 연구 결과 회곽묘에서 확인되는 시료의 보존상태는 극히 우수하여 이로부터 당시 사람의 건강과 질병상태를 규명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다양한 의과학적 기법을 통하여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였다.

이에 본 연구진은 준비된 조선시대 사람 시료 컬렉션을 이용하여 조선시대 사람들의 건강과 질병상태가 근대화를 거친 지금 한국인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을 다양한 체질인류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통하여 당시 사람들의 시료에서 확인 가능한 다양한 병적 소견과 건강상태를 시사할 수 있는 여러 객관적 정보를 수집하며 이로부터 근대화 이전의 한국인은 근대화 이후의 한국인과 비교하여 어떤 신체적 차이가 있으며 어떤 병을 주로 앓고 있었는지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Comments

Popular posts from this blog

Excavation in Rakhigarhi on March

Lecture: June 22, 2017: Fundamentals of Clinical Neuroanatomy

Our Work on Rakhigarhi....